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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노우

2019.01.08

일상이야기

몽상(Go back, part 1)

조회 수 186 추천 수 6


"순이 아부지요~
 아적 산짐승들이 돌아댕길 시간인디..
 좀 있다 가씨요"


"이 사람이 먼소리여~
 지금 출발혀야 오시까정 장에 간당께~"


"그랴도라우~
 저번에 건넛몰 진구아범도
 새벽에 나섰다가 산짐승한테 봉변을 당혔자내요.
 나는 암만 생각혀도 걱정되구마니라우~"


"흰 소리 하지말고 잠이나 더 자 두랑께~
 퍼뜩가서 팔어야  오늘 안에 오제~
 염병~ 걱서 자믄 하룻밤에 자그마치
 포가 한자 반이여..

 글고 순이가 오늘 내일 헌디..
 찬밥 더운밥 가릴처지냥께..
 댕겨 올탱게 순이년 수건이나 잘 갈아주드라고~"


"알어써라~ 그라믄 조심히 댕겨오씨요"


마중하는 어멈 낯빛이 창백해 보였다.



"육시랄~"


그때 어멈 말을 들었어야 했다.


시간이 없어 남들 안다니는 앵골동으로 길을 잡은게 화근이었다.

이리로 가믄 네 시진이 이 족히 걸리는 거리를

세 시진만에 갈수 있다고 해서 들어선 길이다.


뜀박질 하다시피 단숨에 고개 두개를 넘으니

앵골동이 어슴프레 보였다.


이 산에는 물이 많아 작은 들짐승들이 많이 오는 바람에

들짐승을 노리는 범이나 이리, 삵 같은 것들이 많이 나타난다.


아무것도 없어서 내심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나무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봤더니

저기 껌껌헌데서 샛노란 눈 두개가 보인다.


'범이다!!'


진구아범 물어간 그 놈인듯 싶다.

숨을 거의 멈추다시피하고 그 놈 눈을 쳐다봤다.

이럴때 시선을 피하면 덤빈다고 해서

죽기 살기로 노려봤다.


사실 노려본게 아니라 눈을 돌릴 수가 없다.


그 눈은 차가운 불을 뿜는것 같았다.

싸늘한 그 놈 시선이 내 눈으로 들어가

온 몸을 휘젖는다.


마비가 된 듯 손가락 하나도 까딱할 수 없다.


가만히 나를 보던 그놈이 한발 내디뎠다.

숨을 쉴수가 없다.


두발, 세발...


달린다.


'우라질~ 내사 죽어도 많이 살았는디
 우리 순이 우짠디야...'


지팽이겸 몽둥이로 가지고 온 작대기라도 

휘둘러 보고 싶은데 이미 다리가 풀려버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을텐데

그 놈이 아주 천천히 춤을 추며 온다고 느꼈다.

내 앞까지 온 그놈의 발톱이 서는걸 보았고 

아가리가 내 머리만큼 벌어지는것을 보았다.


비로소 움직여지지 않던 내 눈이 스르르 감겼다.


'탕!'

'탕! 탕!'


천둥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 놈이 나를 덥쳤고 더운피에 온몸이 젖어오는게 느껴졌다.


'꿈인가?'


아프지가 않았다.


그 놈이 나를 누르고 있어 움직일수가 없었다.

얼굴이 피범벅이라 눈을 뜰 수도 없었다.


"괜찮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를 덮고 있던 그 놈이 치워지고

비로소 상황이 파악이 됐다.


피범벅이 된 얼굴을 소매로 훔치자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보였다.


"장포수? 장포수 아녀?"

"경칠뻔 했구마니라~"

"참말로 황천길 가는줄 알았구마
 근디 장포수가 이새벽에 여긴 뭔 일이당가~?"

"진구성님 그렇게 되고 이 놈 잡을라고
 몇 달을 쫒아다녔어라~
 혼자 된 성수랑 조카들 보니께
 맴이 찢어지고 울화통이 터져서
 딱 돌아불것드라고요~

 그라다가 쪼가전에 이놈이 더운 똥 싸질러놓은거 보고
 요기 어디 있것다 싶어서 겁나게 뜀박질 해 왔당께라~
 쪼매만 늦었으면 진짜 클날뻔 했수~!"


"고마워~ 장포수 아니었으믄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네..
 나사 디져부러도 된디
 우리 순이년이 뭔 병에 걸렸는지

 몇날전부터 시름시름하고 열이 펄펄 끊드마
 인자는 눈이 돌아가불고 사람을 못알아본당께

 그랴서 집사람 짜놓은 포 한필 들고
 장에가서 돈 사갔꼬 약좀 살갈라고 가는 길이었제~

 나 디졌으믄 순이도 갔을거여
 참말로 고맙네이~"


장포수는 능숙한 쏨씨로 호랭이 꺼죽을 벗기기 시작했다.


"잘됐수. 나도 장에가서 요놈 가죽 폴아서
 불쌍한 성수 줄라요.
 진구성님이 가믄서 준 선물인갑소야~"


우리는 대강 짐을 정리한 후에 다시 길을 나섰다.


"시각이 지체됐응께 좀 서둘러야 것네..
 오시까지 가야혀~ 순천 상인들 가불기 전에.
 요놈 꺼죽은 순천 상인들 아니믄 못 살것이여~"


"그라제라~ 싸게 싸게 가봅시다!"


동이트고 한참을 더 가다가보니 멀리 순천읍내가 보였다.


"그란디 성님 포로 약을 사믄되제
 머더러 돈 사서 약을 산다요?"

"그거이 요즘 포값이 들쑥날쑥해서 포는 안받는다고 안 허냐
 앵간한건 물건끼리 바꿔쓰믄 되는데
 갑자기 돈 맹글랑께 정신이 사납구마~"


"씨벌놈들 돈은 안근다요~
 관청것들이 당백전인가 머시긴가 맹글어서 뿌려대는 통에
 상인들도 죽것다고 합디다.

 뭔지도 모르는 쇳덩어리 쥐어주고 물건 뺏어가니
 이것들이 도적놈들이 아니고 뭐여~

 들리는 소문에는 쇠쟁이들 모아다가 겁나게 찍어분다드마
 뭔 금붙이, 은붙이도 아니고 쇠덩어리 갖다가 맹글어놓고
 물건들 싹쓸이 해간당께요.

 즈그들이 맹글었음서 공납은 돈으로 안받고 포목만 받는건
 또 무신 경우란 말이여~"


"우리같은 무지랭이들은 그저 시키는대로 살어야제 별 수 있것는가
 나는 인자 뺏길 것도 읍네~"


한참을 나랏것들 씹다보니 어느세 시전에 접어들었다.


"여기서 짜져서 물건 폴고 두 식경 후에 보세~"


"그랍시다. 쩌짝 네거리쪽이 포목집이 많응께 그리 가씨요"


"어이~ 순천상인들 뜨기 전에 자네도 서둘로 댕겨오소~"


나는 포목집에 가서 포로 돈을 사고 그길로 의원에 갔다.


"의원나리 우리 순이가 죽을라고 하요~
 세시진을 걸어서 돈 사갖고 왔응께
 우리 순이 살릴 약좀 주씨요"


"이 사람아 병증을 말해야 약을 줄거 아닌가~
 상태가 우짠디~?"


"아가 사흘 전부터 시름시름 하듬마
 어제 부터는 눈이 돌아가불고
 인자 암도 못알아봐라"


"땀을 많이 흘리등가? 눈이 노래지등가?
 살갖에 분홍 점이 생기등가?"


"야~ 야우 그랍디다. 눈이 노랗고 몸에 분홍 점백이가 생겼당께라~
 당체 무신 병이다요~"


"역병이구먼..
 요새 역병이 많이 생겨서 무지기수로 죽었당께
 약이 딱히 있는거슨 아니고

 이것 저것 맥여봉께 이것이 효과 본 사람들이 만드만
 가서 한번 맥여보소~
 아직은 갠찮어 뵌디 전염됭께 자네도 조심허고~"


"고맙구마니라~ 싸게 가서 맥여볼라요~"


나는 서둘러 길을 나서 장포수를 만났다.


"성님 약은 잘 지왔소~"


"뭔 역병이라고 헌디 약은 주듬마~"


"역병이 뭐시다요."


"나도 잘 몰러~ 언능 가세~"


나는 마음이 급해졌다.

역병이 먼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죽었다고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중간에서 장포수와 헤어지고 뛰는 듯 나는 듯 고개들을 넘었다.

이상하게 엄청 달렸는데 숨도 차지 않았다.

다시 깜깜한 밤이 되서야 집에 다다랐다.


"어멈 나왔네.. 약 사갖고 왔당께~"


이상스레 조용했다.


"어멈 어디여~ 빨리 달여서 순이 맥이랑께~"


갑자기 싸해지는 가슴을 누르며 방문을 열었다.


순이년은 곱게 손을 모으고 누워 있었다.

핏기가 없는것이 이미 세상을 뜬 모양이다.

어멈이 힘겹게 일어났다.


"인자왔소~ 순이 갔어라~
 초저녁까지만 해도 숨이 있었는디
 밈써왔드니 숨이 없읍디다~"


힘없이 주절대는 어멈 얼굴에
선명한 분홍 점백이들이 꽃처럼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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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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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의 댓글

Profile
iceqube
2019.01.08

아.. 역병.. 갑자기.. 역사물을 읽게되었네요..



축하합니다. 첫번째 댓글로 포인트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
Profile
으쌰라
2019.01.08

워째유.순이.ㅜㅜ 어무이라도 살려주쏘..ㅜㅜ

Profile
이퓨원트
2019.01.08

다음 내용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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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식
2019.01.08

와 엄청난 필력이시군요. 대단합니다. 이 점도면 출판을 해도 되겠어요. 

Profile
디온
2019.01.08

존스노우님은 정말 많은 글과 책을 읽으시는게 틀림없습니다. 이 필력은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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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lowatt
2019.01.09

이정도면 타고난 실력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가없네요. 꼭 재능을 살리시어 많은 글을 쓰셨으면 좋겠습니다.

Profile
leekonitz
2019.01.09

와우....... 글을 정말 잘쓰십니다.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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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말커
2019.01.09

전세계 어디든 가서 환전없이 암호화화폐로 간단히 물건을 구매 할 수 았습니다. 이게 시대의 흐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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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꿈
2019.01.09

몽상의 연재편 시작이군요 작년에도 초반에 연재편을 잘 보았습니다.

Profile
삿바공주
2019.01.10

무슨내용인지 살짝보려다 끝줄까지 읽고 말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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