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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9.05.31

일상이야기

[스포, 해석] 기생충 감상 후 몇가지 정리 내용

조회 수 5566 추천 수 0



요새 기생충이 핫하죠? 어제 영화를 감상하고 지인과 곰곰히 곱씹으면서 몇가지의 내용에 대해서 정리해봤습니다. 단문형식으로 몇가지 올려보고자 합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싶네요.

  

# 이 영화는 설국열차, 괴물 등의 기존 봉준호 작품의 하이브리드다. 설국 열차는 계급을 수평화시켰다면, 기생충은 계급을 수직화 하여 시각화 한다. 또한 후반부 살육은 괴물을 연상시킨다. 괴물은 결국 누가 만들었나? 다만, 설국열차 보다 기생충은 더 비관적이다. 설국열차에는 신분에 대한 역전이 적어도 도전적으로 표현되어 캐릭터들이 전진하지만, 기생충은 순응의 길을 택한다. 낮은 이들에게 기회는 없는 것이다.  

 

# 수석의 상징. 민혁은 자기네 집에 수석이 너무 많아 할아버지가 가져다 주라 했다. 결국 남아도는 부와 권력을 기택에게 "동정"의 의미로 전달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수석은 "상징"으로서 기우에게 일종의 상류층 계급의 증표를 의미한다. "내게 계속 달라 붙는 것 같아요. 계속 따라와요." 기우는 극중 내내 수석을 갈망하고 수석도 자신을 원하리라 믿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껏 받은 부의 상징, 수석은 기우를 파괴한다. 일반 서민은 거저 주어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엔 자연에 수석을 반환함으로 그 욕망을 포기하게 된다. 아무리 계획해도 불가능할 것을 아는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원 주인인 민혁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대사와도 관련이 있다. 기우 생각에는 민혁에게도 어울리지 않는다. 그저 모든 것들이 자기의 자리가 아닌 곳에 있기 때문이다. 웃기는 일이다.

 

# "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기생충에서 "계획"이란 의미. 시작과 중후반, 마지막에 모두 계획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계획을 세우는 것은 모두 딸이 아닌 기택과 아들의 기정이 뱉는 멘트. 저층 서민은 치밀하게 계획하나 결국 실패한다. 기우가 체육관에서 모든 걸 책임지겠다 한 것도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서의 한 단편. 해당 장면에서 당찬 여성인 기정은 제외된다.

  

# 기택의 가족 중 유일하게 기정이 죽는 이유. 기정은 하류층 가운데서도 가족 중 유일하게 사회에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캐릭터다. 충숙은 반항보다는 자신의 분노를 기택에게 투영하는 캐릭터. 기정은 거실 씬에서 유일하게 "우리 걱정이나 하자"며 사회에 대한 적극적인 반감을 보인다. 결국 박사장(권력)에게 가장 순응하는 문광의 남편에게 죽는다. 

 

# 물의 의미는 무엇인가? 노자의 사상에서 상선은 약수다. 최고의 선은 물인데 항상 낮은 아래로 흐르니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는 선한 것은 없다. 그런데 폭우는 높은 곳에 위치한 박사장의 집이 아니라 낮은 지역, 반지하방의 서민들을 매몰한다. 결국 선한 水조차도 세상에 이들의 편은 아닌 것이다. 사람은 물이 없으면 살 수 없어 필수적이지만 하류층에겐 이조차도 모든 것을 앗아간다. 그나마 수몰된 반지하 방의 유일한 도피처가 바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곳, 와이파이가 터지는 가장 사회에 가까운 곳인 변기다. 현실은 화장실보다 못한 삶이 그득하다는 메타포. 하류층의 사회에서도 철저히 높낮이가 구분된다.

 

# 계단의 의미. 영화에서 계단은 곧 높이의 고저이다. 지하 식품저장고에도 또 더한 지하가 있다. 어디에서 높낮이가 존재한다. 기택 가족의 거실 탈출 이후에 아주 긴 호흡으로 집으로 가는 과정에 다수의 계단이 등장한다. 내리고 내려가도 끝이 없는 계단. 이 계단은 물리적, 사회적 계급간 경계가 얼마나 먼지 그 의미를 되새긴다. 그 작고 더러움 기택의 반지하층의 집에서 조차 계단과 높낮이는 존재한다. 1층 아줌마의 와이파이에 조차 반지하층 기택은 기생한다. 반지하와 1층조차, 반지하에서의 천장과 바닥조차 뚜렷히 차별된다. 그게 현실이다.  

 

# 기우는 민혁이 되고 싶다. 민혁이 다혜를 생각하며 읆조렸던 대사를 기우가 똑같이 따라한다. 민혁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내가 여기에 어울려? 등 자신의 모습은 민혁을 닮고 싶다. 결국 극중에서 민혁의 자리를 대신한 꼭뚜각시로서 대리 인생을 살아본 것이다. 민혁이 가져다 준 권력과 부의 상징인 수석과 함께. 그러나 결국 닮을 수 없다. 그래 그냥 꿈이다.  

 

# 기택는 왜 박사장을 죽이는가? 박사장에게 대한 분노는 극중 노골적으로 "냄새"라는 단어로 지하철 타는 서민에 대한 비하와 기타 장치들로 인해 누적된 것. 초기 박사장을 옹호하며 기정에게 "가족이나 생각하자"고 타박을 듣던 그는 충숙의 멱살을 잡으면서 자신의 분노를 드러낸다. 결국 가장 깨어있던 하층이었던 도전적인 기정의 죽음은 기택을 일정 부분 각성시켰다. 크게는 집과 기택 가족의 인생은 水몰되어 갈 곳을잃었으나 다송의 생일파티에 모든 걸 잃은 온 가족이 소집되었다. 모든 것을 잃었는데 꼬맹이 생일에 호들갑이다. 결국 기정의 죽음도 박사장을 리스펙트 하는 문광의 남편으로 비롯되었고, 박사장이 부르지 않았으면 오지도 않았을터. 모든 원흉이 박사장이니 기택에게 박사장은 죽어 마땅했을지도 모른다. 기정이 기택을 잠시 각성시켰으나, 결국 기택은 다시금 권력의 계층인 지하로 회귀한다. 결국 변하지 못하는 것이다.  

 

# 형사같지 않은 형사. 의사같지 않은 의사. 이 세상은 너무 우습다. 사회에 꼭 필요한 이들이 있을 곳에 있어야하건만, 그렇지 못한 이들이 온 세상에 위치한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꽤 괜찮은 자리에 있어도 될 법도 한데 결국 자신은 안된다. 너무 아이러니하고 웃긴 현실이다. 왜 나는 민혁이 될 수 없는 것인가? 


# 그렇게 떠나려 했으나 떠날 수 없었던 반지하방. 곱등이에 연가시가 기생하듯, 모든 이는 서로에게 기생하며 살아간다. 아프지만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고, 조금이라도 위안 삼으려 반지하가 완벽한 지하는 아님에 자랑스러워한다. 따져보면 박사장네는 사실 꽤 착한 사람들이었다. 가진 자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드는건가 우리가 우리를 그렇게 스스로 순종시키는 건가. 기생충의 파국은 결국 낮은 자들의 작품이라 슬프고도 씁쓸한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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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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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19.06.01

전세계적인 현상이라서 더욱 우울하죠



축하합니다. 첫번째 댓글로 포인트 선물을 받으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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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키
2019.06.02

저는 영화 보면서 너무 짜깁기? 어거지?로 끼워 맞춰진 영화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저정도의 성공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사람 고용하거나 어떤 판단을 할 떄에는 수만은 근거와 자료가 있어야 하고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가면서 조사하고 판단(결정)을 할텐데,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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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
2019.06.03
@사사키

저도 저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의 시각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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